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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평

넷플릭스: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입니다의 책 버전 '죽은 자의 집 청소'

'죽은 자의 집 청소'

저자 김완 : 시인이자 특수 청소업체 '하드웍스' 대표

 

넷플릭스 드라마, '무브 투 헤븐, 나는 유품 정리사 입니다'를 재미있게 봤었기에, 도서관에 갔다가 고민 없이 빌려온 책입니다.

드라마에서는 아스파거 증후군을 앓고있는 주인공 한그루(탕준상)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타난 삼촌이자 후견인인 조상구(이제훈)와 유품 정리 업체를 운영하며 고인이 남긴 이야기를 풀어가는 내용이었습니다. 

 

 각 에피소드에서는 동성애, 데이트폭력, 청소년 산업재해, 해외입양 등 사회적 문제와 같은 다소 무거운 소재를 다루지만, 고인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마지막 길을 응원해주는 '한그루' 덕분에 거부감 없이 따뜻하게 볼 수 있었어요.

 

그렇다면 책은 어떨까요?

 

 드라마처럼 고인의 못다한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기 위해 주인공들이 고군분투하는 내용이 아니라, 사실적으로 남겨진 현장을 묘사했기 때문에 거북하기도 했습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처럼 죽은 사람의 몸이 온전하게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피와 액체가 쏟아져 나와 부패하고 구더기가 들끓는 장면까지도 적나라하게 표현하기 때문에 소름이 돋기도 했습니다.

 

동시에 사회와 단절되어 쓸쓸하게 죽어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표현하여, 냉혹한 현실을 보여주어 마음이 먹먹하고 삶과 죽음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1장 홀로 떠난 곳을 청소하며

 책 제목만 보았을 때는독사한 현장만을 청소하는 일을 하는 줄 알았는데, 쓰레기가 천장까지 산처럼 쌓여 문조차 잘 열리지 않는 집, 오줌이 든 페트병이 가득한 집, 고양이 시체가 쌓여있는 집 등 다양한 현장을 치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작가와 같이 고양이를 약 10년간 키운 애묘인으로서 화가나는 대목도 있었습니다. 

 

에피소드 '가난한 자의 죽음' 중 

2장 조금은 특별한 일을 합니다

 사실 1장까지 읽고, 마음이 안좋아지는 것 같아 그만 읽을까 생각했으나 책을 덮어버렸으면 후회할 뻔했습니다. 2장에서는 저자의 직업의식과 함께 일을 통해서 느낀 생각들이 담겨져있었습니다. 2018년에야 비로소 대한민국 <직종별 작업사전>에 처음 '유품정리사'란 직업에 등재되었지만, 여전히 대중에게 모습을 드러낼 수 없는 유령직업과 같다고합니다. 저자가 사업자등록을 하러 갔을 때, 직업분류 카테고리에는 어디에 속했을까요? '배관 세정원 및 방역원'에 분류되었다고합니다. 우리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직업군임에도 오히려 드러내는 것을 꺼려하고 독립적인 지위를 얻지 못하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드라마에도 다룰 정도로 매우 특수한 직종이란 인식때문에 신문, 잡지, TV같은 매체에서 인터뷰를 많이 요청받는다고합니다.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도, '하긴.. 다큐 3일이나 극한직업에나 등장할 법 하네'란생각이 문득 들었는데 저자의 말에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았습니다. 

어느 한 사람도 빠짐없이 모두 특별합니다,

 

 직업에 귀천이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의하며 나는 절대 직업으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과 다를 바 없이 '일 할 때 괴롭지는 않은지?', '이 일을 통해 일상에 달라진 점은 없는지?'란 질문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저 자신이 살짝 부끄러워졌습니다. 이미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더럽고, 힘들고, 고된 일이란 색안경을 끼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으니말이죠. 이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책에서 보실 수 있으며, 자살을 하려던 사람을 막은 에피소드, 본인의 죽음에 드는 가격을 알아보겠다며 이른 아침부터 전화를 건 사연 등을 엿볼 수 있던 2장이었습니다. 

 

단순히 고인이 남긴 흔적을 치우는 행위가 아닌, 그 안에서 느낀 저자의 생각을 들여다보고, 저 역시 삶과 죽음의 의미를 되돌아 볼 수 있는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