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평

히가시노 게이고 '연애의 행방'

미스터리 추리소설의 거장인 히가시노 게이고연애소설을 썼다니, 너무 궁금해서 읽어보았습니다.

 

책 커버에는 눈 덮인 언덕, 나무, 곤돌라가 보입니다. 표지에서도 이미 추측할 수 있듯이,

소설의 배경은 스키장입니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겨울 스포츠 마니아이고 특히 스노보드를 즐긴다고 합니다.

연애의 혁명 목차

7개의 에피소드로 이루어져있고, 첫 에피소드 '곤돌라'에서 부터 마치 한 편의 막장드라마를 보는 듯했습니다.

 

리모델링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 '고타'는 계약사원으로 들어온 '미유키'와 교제를 합니다. 동거를 했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안정을 찾고싶던 '미유키'에 이끌려 독신주의자인 '고타'는 그녀와 결혼을 약속합니다. '매리지 블루(marriage blue)가 왔던 그 때, 대학 동창에게서 소개팅을 받았고 '모모미'를 만났습니다. 대화도 잘 통하고 '스노우 보드'라는 공통적인 취미를 가진 그 둘은 1박 2일로 스키여행을 가게됩니다. '고타'는 독신생활의 마지막 불장난이라고 자기합리화를 하며 그녀와 여행을 떠났고, 그곳에서 12인승 곤돌라를 탔습니다. 그런데 하필, 친구들과 여행을 온 그의 약혼녀 '미유키'가 함께 그 곤돌라를 탔습니다! '미유키'와 대학동창 친구들은 그들의 연애사와 남자들의 바람기에 대해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고타'는 고글과 페이스마스크 안에서 혹시 본인을 알아보고 '미유키'가 저런 말을 하는건가 전전긍긍합니다. 긴장의 10분이 끝나고 곤돌라에서 내리는데, '미유키'가 '모모미'를 알아보고 둘은 반갑게 인사합니다. 알고보니 그 둘은 고등학교 동창이었고 서로의 근황을 이야기하다 '미유키'가 '모모미'에게 약혼자의 사진을 보여줍니다. 

그러게 1번 째 에피소드인 '곤돌라'가 마무리됩니다. 정말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 같죠?

 

고타는 그 이후 어떻게 되었을까? '미유키'에게 불꽃 싸대기라도 맞았을까? 하며 다음 에피소드인 '리프트'를 펼쳤습니다. 그러나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는 호텔리어로 일하는 네 남녀인 '미즈키','아키나','히다','마호'가 등장합니다. 바람피다 들킨 남자(고타)의 최후가 궁금했던 것도 잠시, 2인승 리프트를 네 남녀가 바꿔가면서 타는데 그 곳에서 이루어지는 대화가 흥미진진합니다. 누구는 알고 누구는 모르는 이야기, 아니 알지만 모른 척하고, 본인만 알고 있는 비밀을 공유했지만, 사실 그 상대는 또 다른 비밀을 가지고 있기도 합니다. '리프트'의 마지막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두 남녀가 결혼발표를 하면서 끝납니다. 

 

(더이상의 줄거리 설명은 스포가 될 수 있으므로 생략합니다.) 

각 에피소드마다 중심 인물이 바뀌면서 새로운 이야기가 진행되지만, 모든 등장인물들이 결국에는 엮이고 엮여있어 중반부 이후부터는 절대 책을 덮을 수 없을 정도로 흥미롭습니다. 각 인물들의 성격과 감정묘사도 너무 훌륭해서 지금까지 읽었던 소설 중 흡입력가장 강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 

 

조금 놀라운 점이 있다면, 이 책이 2018년도, 비교적 최근에 출간한 책임에도 일본 여성들의 연애관이 내 관점에서는 많이 아쉬웠습니다. 수동적, 순종적, 안정적인 연애만을 추구하고, 30살 전에 웨딩드레스를 꼭 입어보고싶다는 '미유키'나 30살 이후에는 소개팅을 해주지도 않는다는 '야요이'의 말이 불편했습니다. 물론 내가 이제는 30대 중반이 되서 그런것도 있겠지만, 여전히 현대 여성상과 동떨어진 듯한 느낌이 들어서 여자인물들에게는 크게 공감하지 못했습니다. 

 

아무튼, 요즘같은 시국에 집콕하면서 킬링타임용으로 가볍게 읽기는 좋은 흥미로운 내용인 것 같습니다.